“모나코, 여긴 진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아.”
기차 창가에 기대 선 유나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감탄이 묻어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한 장의 그림 같았다. 반짝이는 지중해 바다와 고급 요트들이 즐비한 항구,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듯한 하얀 건물들. 니스에서 TER을 타고 불과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달려온 이 작은 나라, 모나코는 상상 이상으로 눈부신 곳이었다.
“모나코는 유럽에서도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래. 인구도 작고, 소득세도 없고, 그 유명한 F1 레이싱도 여기서 열린대.”
민준이 옆자리에서 조용히 설명을 덧붙였다.
“F1? 그 자동차 엄청 빠르게 달리는 거 말하는 거지?”
유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응. 도시 전체가 경기장이 되는 거야. 아스팔트 위를 시속 300km 넘게 달리는 거지. 여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 같아.”
모나코역에 도착한 두 사람은 역사 밖으로 나서자마자 느껴지는 도시의 기운에 압도됐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며 그들은 ‘르 로쉐(Le Rocher)’ 구역으로 향했다. 이곳은 모나코 왕궁이 위치한, 말 그대로 ‘바위 언덕’ 위의 구시가지였다.
돌계단을 오르고 고풍스러운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 사이를 지나자 갑자기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유나는 걸음을 멈춘 채 숨을 들이켰다.
“와… 여기 진짜 장난 아니다…”
그녀의 눈앞에는 코발트빛 바다와 하얀 요트, 그 너머로 이어지는 지중해의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림 같던 장면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 왕궁이 있다는 게 신기해. 진짜 왕족이 아직도 여기 살고 있는 거야?”
유나가 물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라말디 가문이래. 되게 오래됐지. 왕궁도 일반 관광객한테 일부만 개방하는 거고, 진짜로 왕족이 살고 있어.”
왕궁 앞 광장에 도착하자, 넓게 펼쳐진 광장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유나의 머리카락이 살짝 날렸다. 항구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그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다 유나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근데 민준 씨는 왜 여행 중이에요?”
그 질문에 민준은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바다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뭔가를 놓고 싶었어. 회사, 사람들, 반복되는 하루하루… 계속 같은 루틴 속에 있는 기분이었거든. 숨이 막히는 건 아닌데, 자꾸만 지쳐가는 그런 느낌?”
유나는 조용히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서 온 거예요. 혼자 여행이 처음인데, 이번엔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 나 스스로 걷고 싶었어요.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다시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오늘도 이렇게, 모나코에서 길을 걷고 있으니까.”
언덕을 내려와 다시 도시 중심으로 향하던 그들은 곧 몬테카를로 카지노 앞에 도착했다. 웅장한 외관과 그 앞에 주차된 눈부신 스포츠카들, 그리고 고급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 무슨 영화 세트장 같다. 진짜야 이거?”
그녀는 웃으며 민준의 팔을 살짝 툭 쳤다.
“우리 오늘 복장으로는 여기 제일 수수할걸?”
민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카지노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드레스코드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 화려한 분위기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신 그들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쥐고 주위를 둘러봤다.
초여름 햇살 아래, 사람들이 느릿한 걸음으로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복장을 한 사람들 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고 있는 유나와 민준은 마치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있잖아.”
유나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으며 말했다.
“여긴 참 화려한데, 이상하게 조용해. 소음도 없고, 사람들의 말소리도 낮고… 무슨 고요한 갑옷을 입은 도시 같지 않아?”
민준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런 느낌 있어. 누구에게는 이곳이 꿈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일 수도 있겠지.”
그들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지만,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모나코의 풍경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빛과 그림자가 섞인 도시, 고요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곳.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 그들은 별다른 말 없이 나란히 걸었다.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 TER 열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기차에 올라 창가에 앉은 유나는 한참을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은 뭔가… 마음 깊은 데까지 울리는 날이었어요.”
민준은 그녀 옆자리에 앉아 부드럽게 대답했다.
“여행이 그렇죠. 어디서든, 무엇이든 느끼게 해주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 유나와 민준의 하루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기억에 남을 하나의 장면으로 깊이 새겨지고 있었다.
✈️ 모나코 당일치기 여행 팁
✅ 가는 법: 니스 SNCF역에서 TER(지역 열차) 이용. 약 20~30분 소요.
✅ 드레스코드: 몬테카를로 카지노 내부 입장은 정장 필수. 반바지나 슬리퍼, 간편한 복장은 입장 불가.
✅ 추천 코스:
- 오전 11시 55분: 모나코 왕궁 앞 근위병 교대식 관람
- 구시가지 산책, 해양박물관(Musée Océanographique) 방문
- 몬테카를로 카지노 외부 감상
- 일본 정원, 카지노 정원 산책
✅ 포토 스팟: 왕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항구와 바다는 최고의 촬영 장소
✅ 여름 여행 시 유의사항: 햇빛이 강하므로 선크림, 모자, 선글라스 필수
작지만 인상 깊은 나라, 모나코. 짧은 시간 속에서도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풍경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