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몽마르트 언덕, 낯선 이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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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몽마르트 언덕, 낯선 이의 초대

파리에서의 두 번째 날 아침, 유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부드러운 햇살이 파리의 회색 지붕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골목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바게트,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고양이, 벽에 기대 담배를 피우는 청년까지. 유나는 이 도시의 풍경이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 그녀가 향할 곳은 몽마르트 언덕이었다. 오랫동안 파리의 낭만을 상징해온 그 언덕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공간이자,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는 장소였다. 숙소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해 12호선을 타고 ‘아베스(Abbesses)’역에 내렸다. 고풍스러운 지하철 출입구조차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나선형 계단을 선택한 유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벽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눈에 익숙한 글자가 들어왔다. 파란 타일 벽에 쓰인 수많은 “Je t’aime” 문장들 사이로 작은 한글이 섞여 있었다. “사랑해.” 짧은 단어 하나가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 앞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밖으로 나와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자,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시야에 들어왔다. 새하얀 돔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장엄했다. 유나는 성당 앞 넓은 계단에 앉아 땀을 식히며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끝없이 이어진 지붕과 거리, 저 멀리 보이는 에펠탑, 그리고 공중에 퍼지는 아코디언 소리까지…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가 그녀의 귀를 사로잡았다. 감미롭고 따뜻한 멜로디.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한 청년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는 프랑스어도 영어도 아니었지만,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유나는 멍하니 그 음악에 빠져들었고,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그 남자가 유나에게 다가왔다.
“Excuse me,” 그가 영어로 말을 걸었다.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그는 미국에서 온 여행객, 이름은 데이비드였다. 기타를 든 그의 모습은 어딘가 낭만적이었고, 수줍은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어준 인연으로 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가 파리에 오게 된 계기, 몽마르트의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이 도시에 기대했던 감정들. 말이 끊기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 언덕을 오르며 거리를 둘러보았고, 티베르트 거리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데이비드는 피카소와 로트렉이 이곳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유나는 감탄하며 그 말을 들었다.

작은 골목길 카페에 들러 크레페와 커피를 주문했다. 유난히 달콤한 크레페는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주었고, 커피의 쌉쌀함은 오히려 두 사람의 대화를 깊게 만들어주었다. 유나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거리 공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도시엔 마음을 흔드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이 여기서 사랑에 빠지나 봐요. 그 감정이 그대로 작품으로 남고요.”

그 말에 유나는 가볍게 웃었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은 언제나 짧지만, 그 짧은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몽마르트 언덕에서의 이 하루는, 아마도 오래도록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여행 팁: 몽마르트 언덕 & 사크레쾨르 대성당

  • 주의사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팔찌 판매나 스냅사진 요청에 주의. 호의처럼 다가오지만 이후 금전을 요구할 수 있음.
  • 가는 법: 지하철 12호선 Abbesses역 또는 2호선 Anvers역에서 하차 후 도보로 이동. Abbesses역은 지하 깊은 곳에 있어 계단이 많음.
  • 운영 시간: 사크레쾨르 대성당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개방되며, 무료 입장 가능. 미사 시간 외에는 사진 촬영 가능하나 조용히 관람해야 함.
  • 추천 팁: 편한 운동화 필수. 특히 계단이 많아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 해질 무렵 풍경이 가장 아름다우니 일몰 시간대 방문 추천.
  • 볼거리: 사랑의 벽(Le mur des je t’aime), 거리 화가들의 초상화 거리, 아티스트들의 아틀리에, 골목 곳곳의 개성 넘치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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