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의 낭만적인 추억을 뒤로 한 유나와 민준은, 이제 새로운 여행지인 체코의 수도 프라하로 향했다. 중세 유럽의 향취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이 도시는, ‘천 개의 첨탑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처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과 아름다운 골목길, 그리고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거리들로 가득했다. 비행기가 프라하 공항에 착륙하자,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지붕들과 초록빛 돔 지붕들이 두 사람의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했다.
공항에서 빠르게 수속을 마친 유나와 민준은 프라하 도심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30분 거리.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유나는 “진짜 유럽 동화 속 마을 같아요. 여긴 시간이 멈춘 것 같아.”라고 감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프라하의 심장부, 구시가 광장에 도착했다.
구시가 광장은 이름만큼이나 오래된 유럽의 중심지였다. 넓고 활기찬 광장에는 거리 공연가들이 음악과 마술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고, 곳곳에는 노천 카페와 기념품 상점들이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광장 한복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하늘을 찌를 듯한 고딕 양식의 틴 성당이었다. 검은빛 첨탑이 인상적인 이 성당은, 마치 중세 기사들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유나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바로 프라하 천문 시계였다. 이 시계는 단순한 시계가 아니었다. 매 정각이 되면 작은 창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열두 사도 인형들이 차례로 등장해 천천히 회전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었고, 아이들은 신기한 듯 눈을 반짝였다. 유나 역시 그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이 시계가 600년 넘게 작동 중이라니, 진짜 살아 있는 역사네요.”라고 말했다. 민준은 천문 시계 아래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런 예술작품이 시간을 알려준다는 게 정말 멋진 일이야.”라고 덧붙였다.
광장을 둘러본 두 사람은 그 유명한 카를 다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블타바 강 위에 놓인 이 다리는 14세기에 완공된 유서 깊은 석조 다리로, 중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다리 위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그림과 수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고, 거리의 악사들이 바이올린을 켜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유나는 다리 위 조각상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며 “이건 그냥 다리가 아니라 예술의 길이네요.”라고 말했다.
카를 다리를 건너며 멀리 바라본 프라하 성은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리 근처의 작은 카페에 들러 체코 전통 맥주 한 잔을 시켰다. 맥주의 깊고 고소한 풍미에 유나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여긴 맥주가 진짜 예술이에요.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아쉬움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녁에는 프라하 성 근처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전통 체코 요리를 맛보기로 했다. 메뉴판에서 유나는 체코식 굴라시와 덤플링을 주문했다. 진한 향신료가 스며든 소고기 스튜와 부드러운 빵 같은 덤플링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민준은 “이건 우리나라 갈비찜이랑도 느낌이 비슷하네. 맛있다!”며 입을 다셨다. 따뜻한 국물과 푸짐한 양은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주는 듯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천천히 프라하 성 쪽으로 올라갔다. 성 꼭대기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야경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주홍빛 조명이 감도는 붉은 지붕들과 어둠 속에 떠오른 블타바 강의 반짝임,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카를 다리까지. 유나는 감탄을 넘어서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다. 민준은 유나의 손을 잡고 조용히 말했다. “이 순간, 꼭 기억하자. 다시 돌아오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 두 사람은 성벽 아래에 앉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유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았다. “우리, 진짜 많은 걸 보고 느꼈어. 예쁜 풍경, 낯선 사람들, 낯설지만 따뜻했던 순간들까지.”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날들에 좋은 기억이 되어줄 거야.”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프라하를 떠났다. 하지만 그들이 품고 떠나는 건 단순한 관광의 기억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쌓인 진짜 감동과 낭만이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추억은 마음 속에서 계속 여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라하는 그저 예쁜 도시가 아니라, 한 걸음마다 감성과 역사가 스며 있는 도시다. 유럽의 중심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이 기억은, 그 어떤 여행보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 프라하 여행 팁 정리
- 가는 법: 유럽 주요 도시에서 프라하까지 직항 다수 운행.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셔틀버스(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시내버스+지하철 또는 택시 이용 가능.
- 구시가 광장: 천문 시계는 매 정각마다 퍼포먼스가 있으니 관람 추천. 틴 성당, 성 니콜라스 교회도 도보 거리.
- 카를 다리: 오전 일찍 또는 해질 무렵 방문 시 한적하게 감상 가능.
- 프라하 성: 야경이 정말 아름다움. 저녁 식사 후 산책 코스로 강력 추천.
- 음식: 체코식 굴라시, 스비치코바(크림소스 소고기), 체코 전통 맥주는 꼭 맛볼 것.
- 숙소: 구시가지 근처 호텔 예약 시 대부분 주요 관광지 도보 이동 가능.
- 기타 팁: 겨울은 영하로 내려가니 따뜻한 외투 필수. 교통은 1일권 또는 3일권 이용하면 편리하고 경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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