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4. 베네치아, 물결 위에 세워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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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4. 베네치아, 물결 위에 세워진 도시

베네치아, 물결 위에 세워진 도시

피렌체의 따스한 노을빛을 뒤로하고, 유나와 민준은 다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토스카나의 풍경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들의 가슴은 곧 도착할 새로운 도시, 베네치아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수백 개의 섬과 운하로 이루어진, ‘물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그곳은 그들에게 또 다른 세계처럼 다가왔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관문,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한 두 사람은 플랫폼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부터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꼈다. 버스나 택시 대신 수상버스와 곤돌라가 주된 교통수단이라는 이 도시에서의 하루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유나는 미리 준비해온 지도를 꺼내며 민준에게 말했다. “먼저 곤돌라부터 타러 가자. 리알토 다리 근처가 탑승지라던데?”

두 사람은 리알토 다리 쪽으로 향했다. 도시의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는 좁은 골목과 작고 다채로운 상점들을 지나며, 두 사람은 점점 베네치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운하 사이를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곤돌라들, 물살을 가르며 노를 젓는 곤돌리에리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다. 검은색 곤돌라에 올라탄 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라니, 정말 특별해요.” 곤돌라 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잔잔한 물결 소리는 그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곤돌라는 여러 갈래로 나뉜 좁은 운하를 따라 천천히 나아갔다. 양옆으로는 오래된 건물들이 물가에 밀착되어 서 있었고, 벽돌 외벽에 드리운 세월의 흔적이 도시의 역사와 낭만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곧 두 사람은 산 마르코 광장 근처에 도착했다. 곤돌라에서 내려 산 마르코 광장으로 걸어 들어간 그 순간, 유나는 숨을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광장 한쪽에는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고, 대리석으로 장식된 광장에는 비둘기 떼와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특히 성당의 황금빛 돔과 정교하게 그려진 모자이크 장식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나는 성당 내부로 들어가 천천히 걸으며 하나하나 세밀하게 관찰했다. “이 모든 걸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니, 인간의 손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르며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복잡하기도 했다. 수많은 골목과 다리들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 길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둘은 어느새 원래 가려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도 앱조차 정확하지 않은 미로 같은 골목길에 당황한 민준이 “잠깐, 여기 어디지?”라고 묻자, 유나는 피식 웃었다. “여기서 길 잃는 것도 여행의 일부잖아요? 모르는 동네에서 길 잃으면, 그게 또 추억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만난 한적한 골목의 작은 카페. 입구에 걸린 손글씨 메뉴판이 정겨운 그곳에서 두 사람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베네치아의 전통적인 스낵인 **‘바카로(Bàcaro)’**와 함께, 지역산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를 맛볼 수 있었다. 올리브와 해산물, 작은 샌드위치처럼 나오는 바카로를 천천히 음미하며 유나는 말했다. “이 조용한 분위기와 달콤한 와인, 오늘 하루가 완벽해요.”

해가 저물 무렵, 두 사람은 운하를 따라 산책을 시작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물결에 반사된 가로등 불빛이 도시 전체를 은은하게 감쌌다. 물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곤돌라의 실루엣, 그리고 조용한 골목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베네치아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낭만을 선사했다.

민준은 유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 도시의 매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해지는 것 같아요.”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속삭였다. “언제나 기억에 남을 여행,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길을 잃고, 새로운 골목을 발견하며, 바람을 맞고, 와인을 마시는 모든 순간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유나와 민준의 기억에 아로새겨졌다. 베네치아는 그렇게, 두 사람의 여행에 잊을 수 없는 한 페이지를 더했다.


✈️ 여행 팁: 베네치아

  • 가는 법: 이탈리아 주요 도시(피렌체, 로마 등)에서 고속열차(Frecciarossa) 이용 가능. 산타루치아 역 하차.
  • 곤돌라 탑승: 기본 30분 기준 약 80유로, 시간 및 인원수에 따라 요금 협상 가능.
  • 산 마르코 광장: 입장 무료. 산 마르코 대성당 내부 관람은 유료(5~10유로), 추천할 만한 경험.
  • 길 찾기: 좁고 비슷한 골목이 많아 지도 앱(MAPS.ME 등) 필수. 표지판이 적으니 방향 감각 필요.
  • 음식: 바카로(베네치아식 타파스), 해산물 요리, 프로세코 와인 등 현지 음식 꼭 맛볼 것.
  • 여행 팁: 여름철은 매우 붐비니 이른 아침 또는 해질 무렵 방문 추천, 편한 신발 착용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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