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1. 플로렌스, 르네상스의 숨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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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1. 플로렌스, 르네상스의 숨결 속에서

물결 위의 낭만적인 베네치아를 뒤로하고, 유나와 민준은 플로렌스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북부 이탈리아의 평야와 구릉을 가로지르는 풍경은 점점 더 따뜻하고 풍요로워졌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햇살 가득한 들판과 포도밭, 소박한 마을들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이번 여정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에 부풀었다.

플로렌스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에 도착하자마자, 도시 특유의 고풍스러움이 두 사람을 반겼다. 르네상스의 중심지답게 도시 곳곳은 미술과 역사의 향기로 가득했다. 골목마다 오래된 석조 건물과 예술 작품 같은 풍경이 펼쳐졌고, 유나와 민준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에 빠졌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두 사람은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붉은 돔은 멀리서도 존재감을 자랑하며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하얀 대리석 외벽에 정교하게 새겨진 조각들이 인상적이었고, 성당 앞 광장에서 유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곳이 바로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가 걸었던 거리일까요?” 그녀의 말에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성당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거대한 프레스코화와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사람은 숨을 고르며 돔 꼭대기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463개의 계단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좁았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그 끝에 펼쳐진 플로렌스의 전경은 그 어떤 고생도 잊게 만들 만큼 황홀했다. 붉은 지붕으로 덮인 도시, 아르노 강을 따라 흐르는 시간, 멀리 보이는 언덕 위의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한 폭의 회화 같았다.

점심은 숙소 근처의 전통 토스카나 식당에서 즐겼다. 대표 요리인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즉 두툼한 토스카나식 스테이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 가득했다. 민준은 입 안 가득 고기를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건 정말 예술이에요.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했다면, 이건 미각의 조각이네요.”

식사 후, 두 사람은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전에 예약해 둔 덕분에 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는 그야말로 르네상스 예술의 보고였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마주한 순간, 유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 앞에서도 두 사람은 숨을 죽이며 감상했다. 그림 하나하나가 단순한 미술작품이 아닌, 시대의 정신과 인간의 깊이를 담고 있었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감동을 공유하는 그 순간이, 유나와 민준에게는 또 하나의 기억이 되었다.

해질 무렵, 두 사람은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 도착한 광장에서는 플로렌스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붉은 지붕들 사이로 저물어가는 해가 도시를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유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 순간은 사진보다 마음에 새기고 싶어요.” 민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여행의 진짜 가치는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요?”

어둠이 내려앉자, 두 사람은 다시 골목길로 나섰다. 길모퉁이에 있는 작은 젤라또 가게에서 각자의 맛을 골라 들고, 밤의 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걸었다. 달콤하고 차가운 젤라또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했다.

플로렌스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예술과 시간의 결이 몸과 마음을 감싸는 경험이었다. 유나와 민준은 이 도시에서 받은 감동을 가슴 깊이 새긴 채, 다음 여정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했다. 르네상스의 빛나는 순간들이 두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었다.


✈️ 여행 팁: 플로렌스

  • 가는 법: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역 → 플로렌스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 약 2시간
  • 두오모 성당: 입장료 15유로(돔 포함), 온라인 예약 추천, 계단이 많으니 편한 신발 필수
  • 우피치 미술관: 사전 예약 필수, 입장료 약 20유로, 보티첼리·다 빈치·미켈란젤로 작품 감상
  • 음식: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리보리타(토스카나식 수프), 젤라또
  • 미켈란젤로 광장: 플로렌스 전경 및 노을 감상 명소, 도보 또는 택시 이동 가능
  • 기타 팁: 여름철은 관광객이 많아 이른 시간 방문 추천, 주요 미술관은 최소 1주일 전 예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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