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0. 베네치아, 물 위에 떠 있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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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0. 베네치아, 물 위에 떠 있는 꿈

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에서의 하루는 유나와 민준의 유럽 여행 중에서도 특별히 빛나는 순간이었다. 밀라노에서의 활기찬 하루를 마친 두 사람은 이른 아침, 베네치아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점점 변해갔다. 평범한 도시 풍경이 서서히 수면 위로 솟은 건물들과 좁은 운하로 바뀌더니, 물 위를 부드럽게 스치는 곤돌라와 섬과 섬을 잇는 고풍스러운 다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에 도착한 순간, 유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물 위에 떠 있는 도시네요,” 그녀는 탄성을 내질렀다. 민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책이나 사진으로만 봤던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라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이날의 첫 여정지는 베네치아의 심장이라 불리는 산 마르코 광장이었다. 두 사람은 운하 옆의 좁은 골목을 따라 걸으며 광장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웅장한 성 마르코 대성당. 화려한 금빛 모자이크가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고, 둥근 돔 지붕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부로 들어선 유나는 감탄을 연발했다. “이건 마치 중세 유럽에 온 것 같아요.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대성당 내부는 빛이 어둑하게 들어오는 가운데 금색과 청색이 어우러져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성당 옆에 우뚝 솟은 종탑 **캄파닐레(Campanile)**에 오르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했다. 약 10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베네치아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붉은 지붕들이 펼쳐진 도시 위로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 사이를 가르며 이어지는 운하들. 민준은 “이 순간을 사진으로도, 마음으로도 꼭 남기고 싶어요,”라며 눈을 떼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운하를 따라 이어진 작은 트라토리아를 찾아 들어갔다. 바다 향이 스며든 식당에서는 갓 만든 해산물 파스타가 인기 메뉴였다. 신선한 홍합, 오징어, 새우가 토마토 소스와 어우러진 파스타를 한 입 먹은 유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다 맛이 이렇게 고소하고 부드럽다니… 정말 여기가 이탈리아라는 게 느껴져요.” 민준은 유나가 추천한 스피아체테(작은 생선 튀김)를 곁들여 와인 한 잔과 함께 즐겼다. 고소하게 튀겨낸 작은 생선은 바삭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오후에는 베네치아에 왔다면 반드시 해봐야 할 체험인 곤돌라 투어에 나섰다. 운하 옆의 선착장에서 곤돌라 기사와 요금을 흥정한 뒤, 약 30분 코스의 곤돌라에 올랐다. 요금은 100유로로 다소 비쌀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를 젓는 곤돌리에레가 들려주는 베네치아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곤돌라는 고요한 수면 위를 유유히 흘러갔다. 낡은 건물들의 벽이 물 위에 비쳐 그림처럼 흔들렸고, 작은 다리를 지나며 들리는 물소리는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 잔잔하게 두 사람의 귀를 간질였다.

“정말 꿈 같지 않아요?” 유나가 민준에게 물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민준은 유나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모두 이 로맨틱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는 듯 눈을 감았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려앉을 무렵, 두 사람은 다시 산 마르코 광장으로 돌아와 광장 옆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탈리아 전통 노래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기타를 연주하는 거리 음악가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카페 테이블에 반사되는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날 밤, 유나와 민준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말을 아꼈다. 고요하고도 감동적인 하루가 자연스레 마음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우리 여행 중에서도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거예요,” 유나가 조용히 말했다. 민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베네치아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풍경 같아요,”라고 답했다.

물 위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과 다리, 고요함 속에 감춰진 낭만과 예술. 그날의 베네치아는 유나와 민준의 여행에 단순한 ‘관광’ 그 이상을 안겨주었다. 두 사람은 물 위의 꿈 같은 도시를 뒤로하고, 다시 다음 여행지로 향할 준비를 하며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


✈️ 베네치아 여행 팁 요약

  • 가는 법: 밀라노 중앙역(Milano Centrale)에서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Venezia S. Lucia)역까지 직행 기차로 약 2시간 30분. 이탈로 또는 트렌이탈리아 고속열차 이용 가능.
  • 산 마르코 대성당: 입장 무료. 내부는 사진 촬영 제한이 있으므로 눈으로 감상 추천. 종탑 ‘캄파닐레’ 입장료는 약 10유로.
  • 곤돌라 탑승: 20분당 약 80/100유로. 인원 수에 따라 나눠 타면 비용 절감 가능. 곤돌리에레에게 팁을 따로 주는 것이 예의.
  • 음식 추천: 해산물 파스타, 스피아체테(작은 생선 튀김), 티라미수 등. 바다와 가까운 지역 특성상 신선한 해산물 요리가 많다.
  • 주의 사항: 곤돌라 탑승은 성수기(여름, 주말)에는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거나 오전 일찍 탑승 추천. 산 마르코 광장은 비둘기와 관광객이 많아 소지품 관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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