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파리, 센 강 위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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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파리, 센 강 위 첫 만남

비행기의 기체가 진동과 함께 샤를 드골 공항의 활주로에 착륙하던 그 순간, 유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묘한 떨림을 느꼈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파리의 야경은 말 그대로 환상이었다. 도시 전체가 부드러운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에펠탑이 반짝이며 우뚝 솟아 있었다. 오랜 세월을 품은 듯한 센 강은 도시를 감싸 안으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다리들은 조명 아래 황금빛으로 빛났다. 유나는 창문에 이마를 살짝 대고 중얼거렸다.

“정말… 왔구나.”

긴 비행 끝에 도착한 파리. 혼자 떠난 첫 유럽 여행이었다. 막연한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제는 진짜라는 실감이 밀려왔다.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도 고개를 들었다. 낯선 언어,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바로 여행의 매력이라는 것을, 유나는 스스로 되새기고 있었다.

숙소는 마레 지구의 작은 부티크 호텔이었다. 공항에서 RER을 타고 시내로 이동한 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가자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호텔 간판이 보였다. 호텔 로비는 아늑하고 세련된 느낌이었고, 프런트 직원은 유창한 영어로 유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열자, 작지만 정갈하게 꾸며진 방이 펼쳐졌다. 창문을 열자 파리 특유의 회색 지붕들이 줄지어 있었고, 멀리 노을 진 하늘 아래로 에펠탑의 꼭대기가 살짝 보였다.

그날 밤, 유나는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낯선 도시에서 맞는 첫 밤. 익숙한 침대도, 들리는 소리도 아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거리의 소음마저도 이국적인 음악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유나는 센 강 유람선을 타기 위해 오르세 미술관 근처로 향했다. 이른 아침의 파리는 조용했고, 봄 햇살이 거리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길가에는 노란 튤립이 줄지어 피어 있었고, 마카롱을 파는 작은 제과점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 걷기만 해도 행복한 그런 거리였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유람선이 막 도착했고, 유나는 표를 사고 배에 올랐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적었고, 다행히 창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유람선은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을 따라 펼쳐지는 파리의 모습은 그림 같았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다리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에펠탑까지. 유나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작은 여행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조심스러운 성격 같았지만, 어딘가 친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혹시… 한국 분이세요?” 유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그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가 곧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한국 분이시군요?”

“혼자 여행 오셨어요?”

“네. 파리에서 시작해서 스페인까지 쭉 내려갈 예정이에요. 한 달 정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의 이름은 민준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삶의 쉼표를 찍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라고 했다. 유나는 자신이 혼자 유럽에 오기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이야기했고, 민준은 그런 그녀의 용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유람선이 종착지에 가까워졌을 때, 민준이 제안했다. “근처에 괜찮은 카페 있다고 들었는데, 커피 한 잔 하실래요?”

그렇게 두 사람은 유람선에서 내려, 센 강가의 작은 카페에 앉아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셨다. 유리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커피잔 사이로 흘러나온 대화는 끝이 없었다. 낯선 도시에서의 우연한 만남. 유나는 어쩌면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팁: 파리 센 강 유람선

  • 추천 시간대: 오전에는 인파가 적고 햇살이 부드러워 사진 촬영에 좋습니다. 야경을 보고 싶다면 일몰 시간대를 추천합니다.
  • 탑승 위치: 오르세 미술관 앞,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에펠탑 부근 등 다양한 선착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 가격: 15~20유로(1시간 기준), 일부 유람선은 음료 또는 오디오 가이드 포함 옵션도 제공됩니다.
  • 주의사항: 봄철에도 센 강 주변은 바람이 차가우니 가벼운 외투를 챙기세요.
  • : 인터넷 예약 시 할인 혜택이 있으며, 앞쪽 좌석이 사진 찍기에 좋으니 일찍 탑승해 자리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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